누상동 상가주택이 2025 제10회 서울, 건축산책 

우리동네 좋은집 찾기 공모전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작품명 : '말'이 '집'을 짓는다

설계자 : 김성철 / 가도 건축사사무소

작품설명

'말'이 '집'을 짓는다 "집 짓고 나면 10년을 늙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평생 단 한 번 뿐 일지도 모르는 큰 투자인데, 실제 결과물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결정해야 하고, 진행 과정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새로운 변수들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결정 장애가 있는 건축주는 설계안, 자재 선정을 포함해서 그 외 수많은 크고 작은 결정을 하면서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스스로 거듭 의심합니다.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뚫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생긴 말 것 같습니다. 이 어려움을 줄이고 행복한 집을 짓는 여정이 되려면 건축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프로젝트를 대하는 태도와 상호 간의 의사소통 방식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타인과 생각의 차이를 이해하며 상호 간의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과정마다 오갔던 미묘한 차이들의 말과 이해들이 쌓여 결과물의 방향을 정하게 됩니다. 결국 오갔던 '말'이 '집'을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통의 시간이 빚어낸 견고한 믿음

한 통의 메일로 시작된 인연은 땅을 찾는 데 1년, 설계하는 데 1년, 시공에 반년, 그리고 입주 후 1년이라는 긴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 찾았던 땅은 건축주가 원하는 계획을 담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몇 차례 다른 토지를 검토한 끝에 비록 건축 하기에 완벽한 조건은 아니었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땅을 찾게 되었습니다. 설계 기간이 길어진 것은 토지 계약 후 기존 세입자가 이사 가기까지 확보된 시간 덕분이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건축주와 건축가는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공유하며 계획안을 숙성시켰고, 깊은 공감과 이해를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건축주의 계획안에 대한 이해도와 믿음도 깊어져, 상상과 현실이 가까운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 반영된 의미와 설계 의도를 건축주가 잘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으니, 건축가로서 더할 나위 없이 보람 된 일입니다. 협소주택에 수영장, 오랜 꿈 건축주의 요구 조건은 7살 딸과 함께 세 가족이 살 단독주택과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의 작은 사무실이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담을 통해 이야기된 조건들은 충분히 공감하고 반영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단 한 가지 만만치 않은 조건이 있었습니다. 캐나다 출신 남편의 오랜 소원이었던 빛이 잘 드는 수영장을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토지 크기의 제약으로 건축 면적이 13평(약 42㎡)을 넘지 못하고, 지하가 아닌 지상에 수영장을 설치하려니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할 생활 공간이 크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심의를 통해 4층을 설치한다 해도 일조권 제한 때문에 6평(약 20㎡) 크기 면적에 수영장을 설치해야 하는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불합리한 조건이라 판단해 효율적인 공간 구성을 위해 건축주 아내분과 저는 다른 방향으로 설득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남편의 간절한 소망이 얼마나 큰 것인지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수영장은 다른 집과 구별되는 중요한 개성을 만들어 내었고, 집의 짓고 사는 것의 의미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습니다.


경사지의 제약을 넘어

대지는 5m 높이의 옹벽에 접하고 막다른 도로 끝에 위치한 경사지에 있었습니다. 빛이 잘 드는 밝은 집을 원하는 건축주의 요구를 충족하려면 외부 계단에 접한 남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2, 3층 높이에서도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단점이 있어 두 조건의 모순적인 상황도 해결해야 했습니다. 최상층인 4층에 수영장을 설치하기 위해 1.5m이상의 하부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아래 밀려나는 공간을 다른 형태로 확보해야 했습니다. 동시에 경사진 대지에서 사무실과 주택의 출입구를 분리하여 다른 레벨에서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스킵플로어 형태로 평면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층수로는 4층이지만 이동 거리가 짧게 느껴지도록 생활 동선을 간결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주 생활 공간인 거실은 3층에 있지만, 주현관에서 한 층 반 정도 높은 곳에 위치합니다. 거실, 주방이 있는 메인 공간에서 각자 공간은 반 층이나 한 층만 이동하여 접근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수직 이동이 많기 때문에 중요한 계단공간은 자작나무 합판으로 마감하여 생활 공간과 구분하였습니다. 입면에 적용된 목재 마감의 콘셉트를 내부에서도 골목길처럼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자작 합판 마감을 통해 계단 상하부의 자투리 공간을 일체형 수납가구처럼 구성할 수 있고, 마감의 오염 및 내구성 유지에도 유리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집 높은 층고, 시선과 동선의 중심

2층은 자녀 영역, 3층은 거실 공용 공간, 4층은 부부 공간으로 독립적으로 분리되면서도 거실주방 영역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도록 하였습니다. 거실을 중심으로 동선과 시선이 모여들도록 했습니다. 4.1m의 층고로 풍부한 공간감을 제공하여 다양한 위치와 각도에서 내부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다양한 시각적 장면과 기억들은 작은 집을 큰 집처럼 느껴지도록 하고, 가족 간의 소통을 원할하게 합니다. 2층 자녀 방은 화장실과 함께 붙어 있어 별도의 원룸처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아지트처럼 활용할 수 있는 숨겨진 창고 공간도 있습니다. 이러한 수납 및 비밀의 공간은 3층 거실 벽면 서가 뒷편이나, 1층 사무실에도 계단 하부, 스킵 플로어 형태로 생기는 사이 공간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안방은 해외 시간 기준으로 일하는 남편이 낮 시간에 취침을 하기 때문에 진공유리와 차음재를 적용하여 수면에 방해받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수영장은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스윔스파 형태로 주문 설치하였는데, 좁은 길을 따라 현장으로 가져오는 과정이며, 크레인으로 4층으로 올릴 때 장애물이 많아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거쳐 어렵게 설치하였습니다. 수영장을 설치하면서 주변 집과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하늘과 인왕산을 만나는 공간이 되도록 천장과 코너 창을 설치했습니다. 습기가 잘 빠지도록 맞통풍이 되도록 고려하였고, 주거 공간으로 습한 공기가 흐르지 않도록 차단했습니다. 옥상 공간도 스킵 플로어 형태로 인해 상하부가 분리되었는데, 아랫 마당은 기능적 공간으로 활용하고, 상부 마당은 인왕산과 북악산 풍경을 담는 휴게공간으로 사계절의 변화를 마음껏 느낄 수 있습니다. 사무실은 독립적으로 외부에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사무실의 주 공간도 3.9m 층고를 확보하여 외부 계단으로 인해 가려지지 않도록 고창을 통해 안쪽까지 채광을 유도했고, 내부 영역을 상하층 스킵 플로어 형태로 나누어 공간의 효율성을 최대로 확보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기초 하부 암반으로 인해 다락 형태의 복층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자연과 도시의 경계

이 집은 산과 도시가 만나는 경계에 위치합니다. 자연적인 재료의 느낌을 주면서도 도시로 이어지도록, 인왕산의 바위산 이미지와 동네의 콘텍스트를 이어가기 위해 콘크리트 벽돌과 목재 무늬 금속 외장재를 적용했습니다. 골목길에 접한 상층부 모서리 부분을 목재 무늬 금속 외장재를 이용한 매스로 구성하여 골목길에서 접근할 때 시각적 부담을 줄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반겨주는 인상을 주도록 하였습니다. 동네 사람과 접점이 되는 계단 주변과 경사진 옹벽 주변은 화단과 화분으로 꾸며 주변 이웃과 함께 즐길 수 조경공간이 되도록 했습니다. 동네와 내 집의 경계 서촌은 서울 한가운데 오래된 시골 옛 동네 같은 정감 있는 풍경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터파기 공사 중에 한국전쟁 불발탄이 나와 깜짝 놀랐는데, 금세 주변 동네 사람들에게 소문이 퍼졌던 일화도 있습니다.

집을 짓고 사는 것은 크게 보면 그 동네의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건축주 부부는 이미 그런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도 느꼈던 태도와 의사소통 방식은 주변 이웃과의 민원들도 합리적으로 풀어 나가며 긍정적이고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건축가를 신뢰할 부분과 자신의 의지를 실현 시킬 부분을 잘 구분하였고, 주고받았던 여러 생각들이 모여 고스란히 집으로 번안되었기에, 어느 한 사람의 이름 남는 집이 아닌 진정한 '우리'의 집이 되었습니다.